《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은 1980년대 이탈리아 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섬세하고 열렬한 첫사랑의 감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안드레 애치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특유의 감각적 연출,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해머의 강렬한 연기, 감미로운 OST까지 더해져 ‘청춘 로맨스의 결정판’으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영화의 시적인 줄거리, 감정의 층위를 표현한 인물들, 그리고 전 세계의 반응과 수상 내역을 중심으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남긴 의미를 되짚어보겠습니다.
줄거리 – 여름의 따스함, 흘러가는 시간, 그리고 영원히 남는 첫사랑의 흔적
1983년의 화창한 여름, 이탈리아 북부의 평화로운 작은 마을. 17세의 다재다능한 소년 엘리오 펄먼은 저명한 고고학자인 아버지와 문학에 조예가 깊은 번역가 어머니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심취하고, 다양한 문학 작품을 탐독하며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 성장해 가는 엘리오의 평온한 일상에, 아버지의 학문적 연구 보조를 위해 미국에서 온 24세의 매력적인 대학원생 올리버가 도착하면서 그의 삶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처음에는 올리버의 자유분방한 태도와 넘치는 자신감, '나중에 봐요(Later!)'라는 가벼운 인사말이 거슬리고 불편하게 느껴지던 엘리오. 그러나 이탈리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 시간이 흐르면서 그에 대한 관심은 점차 단순한 호기심에서 깊은 동경, 그리고 마침내 불타오르는 열정적인 사랑으로 변모해 갑니다. 올리버 역시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그런 엘리오의 순수한 감정에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둘은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 언어, 감정이 교차하는 풍요로운 풍경 속에서 서로의 내면을 깊이 알아가며 여름의 뜨거운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두 사람의 은밀하고도 열정적인 관계는 주변의 간섭이나 편견 없이 자연스럽게 무르익어 가지만, 결국 여름이 끝나가면서 올리버는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베르가모로 떠나는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엘리오는 첫사랑의 달콤함과 동시에 이별의 쓰라린 아픔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한 사람의 성인으로 깊이 성장해 갑니다.
여름이 지나고 몇 달 후, 겨울의 크리스마스 시즌. 미국에서 전화가 걸려온 올리버는 곧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예상치 못한 소식을 전하며, 엘리오는 겉으로는 웃으며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전화를 끊은 후 홀로 남겨진 순간 눈물 속에 여름의 추억과 회상에 깊이 잠깁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엘리오가 벽난로 앞에 고요히 앉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는 4분간의 롱테이크 장면은, 첫사랑이 남긴 지울 수 없는 흔적과 그 아름다움을 어떤 대사보다 더 깊고 강렬하게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등장인물 – 감정의 미세한 결을 섬세하게 살아 숨 쉬게 한 입체적 캐릭터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 대신,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말과 침묵 사이에 깃든 섬세한 감성을 정교하게 포착하여 보여줍니다. 각 인물 한 명 한 명의 미묘하고도 풍부한 감정선과 그들 사이의 교감은 이 영화를 더욱 깊이 있고 시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킵니다.
- 엘리오 펄먼 (티모시 샬라메) –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17세 소년. 피아노와 기타 연주에 능하고, 문학, 철학, 여러 언어에 깊은 지식을 갖추었으며,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글과 멜로디로 표현할 줄 아는 예술적 영혼의 소유자. 올리버와의 만남을 통해 첫사랑의 설렘과 성장의 아픔을 동시에 경험하며 성숙해 감.
- 올리버 (아미 해머) –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며 매력적인 미국인 대학원생. 처음에는 엘리오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지만, 결국 그의 순수한 사랑에 빠져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며 정서적으로 큰 변화를 겪음. 마지막에는 현실과 사회적 기대를 선택하지만 엘리오에게 지울 수 없는 깊은 흔적을 남김.
- 엘리오의 아버지 (마이클 스털버그) – 지적이고 관대하며 따뜻한 인물. 아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 사랑이 아름다운 것임을 감동적인 말로 표현해 주는 영화 후반부의 명연설 장면은 영화의 정서적 정점이자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명장면.
- 엘리오의 어머니 (아미라 카사르) – 지적이고 이해심 많은 어머니로, 아들을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간섭하지 않으며 그의 감정과 선택을 존중해 주는 현명한 인물. 엘리오의 성장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며 지지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
- 마르지아 (에스텔라 스카르파) – 엘리오와 잠시 로맨틱한 연애 관계를 나누는 지역 소녀. 엘리오의 내적 혼란과 감정적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성적 사랑과 진정한 열정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존재. 엘리오의 마음이 올리버에게 향하는 것을 직감하는 섬세한 인물.
이 다양한 인물들은 모두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각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열린 태도를 통해,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다양성과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더욱 설득력 있게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반응 – 일상의 모든 순간을 시적인 예술로 승화시킨 감동적인 작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개봉 직후부터 칸, 토론토, 선댄스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으며, 상업적인 성공과 함께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현대 퀴어영화의 새로운 미학적 전환점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성 정체성이라는 특정 주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사랑의 시작과 끝, 성장의 아픔을 보편적 언어와 감성으로 섬세하게 담아내며 더 넓고 깊은 정서적 울림을 주는 데 있습니다.
- IMDb: 7.8 / 10 (25만 명 이상의 평가 기준)
- Rotten Tomatoes: 비평가 점수 94%, 관객 점수 85% (신선도 인증 획득)
- Metacritic: 93점 (Universal Acclaim, 메타크리틱 역대 평점 상위권)
주요 수상 및 기록:
- 제90회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 (89세의 제임스 아이보리, 역대 최고령 수상자 기록)
-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주연상(티모시 샬라메), 주제가상 노미네이트
-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상(BAFTA), 미국배우조합상, 인디펜던트스피릿상 등 주요 시상식 후보 다수 지명
- 선댄스, 베를린, 뉴욕, 토론토 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 초청 및 찬사
주요 평론가 평가:
- "이탈리아의 감정이 무르익는 뜨거운 여름처럼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영화"
- "퀴어영화의 틀을 완전히 넘어선,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
- "샬라메의 마지막 벽난로 앞 롱테이크 장면은 현대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자 연기의 교과서"
"Call me by your name, and I'll call you by mine." (내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그러면 나는 너의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아플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감성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지 ‘동성 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첫사랑을 겪었던 모두의 이야기이며,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감정을 전해줍니다. 지금, 당신도 그 여름의 감정을 다시 마주해 보시겠습니까?